“유산을 받은 한도 내에서 책임지게 돼”

미국을 흔히 “빚 권하는 사회”라고 부른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집도, 자동차도, 대학도, 일상생활도 빚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빚이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빚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채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첫째, 살아 남은 사람이 공동채무자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부부공동재산제를 운영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배우자의 채무에 대해서 다른 배우자도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채무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면 대부분 살아 남은 배우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부부 뿐만 아니라, 사망한 사람의 빚에 대해서 보증 (personal guaranty)을 서 준 사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사망한 사람의 채무는 그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된다. 이 때, 재산을 받은 사람은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유산을 받았다고 해서 무제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점은 한국 상속법과는 다른 점이다. 한국 상속법에서는 상속 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채무도 무제한 상속되는 반면, 캘리포니아 상속법에서는 본인이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상속을 포기하면 (“disclaimer”) 채무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사라진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상속 포기는 사망한 이후 9개월 이내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채무에 대한 의무를 따질 때 적용되는 캘리포니아 상속법에서는 합리적인 기간 (“reasonable time”) 안에 상속 포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상속 포기는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받기 전에 이뤄져야만 효력이 있다.

셋째,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받아도, 채무에 대한 의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조인트 테넌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부동산을 조인트 테넌시 형태로 공동소유하고 있었다면, 사망한 사람의 지분은 사망과 함께 자동으로 살아 남은 공동 소유자에게 넘어 간다 (right of survivorship). 이 때, 채무는 살아 남은 사람에게 넘어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망한 사람이 복잡한 채무 문제가 있다면 프로베이트 (probate)를 통해 상속 받는 걸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 프로베이트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빙 트러스트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프로베이트를 피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복잡한 채무 문제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프로베이트를 거치기도 한다.

프로베이트가 시작되면 통지를 받은 채권자들은 60일 이내에 법원에 채무 변제를 요청해야 한다. 아울러유언집행자가 반대하면 90일 이내에 소송을 시작 해야 채무를 변제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채권자는 영원히 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프로베이트가 끝나고 재산을 받으면 더 이상 채무에 대한 의무가 없으므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사망한 사람의 채무를 살아 남은 사람이 배우자, 공동채무자 혹은 보증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유산을 받은 사람은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조인트 테넌시와 같이 재산을 받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채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프로베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